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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야설

이모를 접수하다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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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맞으면서 사는 것도 걱정이었고 누나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났나? 폰이 풍뎅이처럼 뱅뱅 제자리를 맴돌았다.

폰을 집어보니 메시지가 와 있었다. 미애의 메시지. 집에 도착한 모양이다.

“오늘 즐거웠어.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어. 고마워 우리자기. 우리사이 영원하면 좋겠어. 민호가 사랑하는 여보야. 미애.”

기분이 좋아졌다. 정신이 맑아졌다. 미애가 나를 버리고 간 것은 아니었던 거다. 다행이다.

내 실수로 파랑새를 놓친 것 같아 얼마나 아쉬웠는지.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나도 답 메시지를 보냈다.

“여보야. 짐 싸들고 이리로 와라.”

“크크크. 나 먹여 살릴 준비 되어 있어?”

“그럼. 콩 한조각도 나누어 먹으면 되지.”

“우리 열심히 벌어서 집이라도 하나 장만해서 합치자.”

“집? 좋지. 열씨미 일해야지. 미애를 위해서.”

“고마워 우리자기. 착한 자기.”

미애의 화답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사과도 없이 화해를 하고야 말았다.

다음 낭 정장 촬영은 나 혼자였다. 다른 모델은 없었고 사진작가와 메이크업아티스트,

그리고 지희였다. 디자이너 정은 바쁜지 얼굴도 볼 수 없었다. 머리를 컴에 처박고 있었다.

모델이 몇 사람 되면 교대로 옷 갈아입고 메이크업하고 대기하는 시간도 있는데 

혼자 하니 바빴다. 옷 갈아입을 동안 작가와 아티스트가 놀았다. 메이크업 할 동안 

사진작가가 놀았다. 촬영할 동안 역시나 아티스트가 놀겠지?

미애는 나만 깝쳤다. 동작이 느리다고 작가와 아티스트가 보는 앞에서 수차례 면박을 주었다. 

나는 요롱소리 나도록 뛰어야 했다. 4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모델료 아끼려고 나만 불러 가지고 혼을 빼는 미애를 쥐어박고 싶어 주먹을 불끈 불끈 쥐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촬영은 끝났다. 컴퓨터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디자이너 정이 일어나

나에게 하얀 봉투를 내 밀었다. 모델 페이였다. 

나는 디자이너 정에게 봉투를 받으며 지희를 향해 고개 돌리고 감사합니다. 를 외쳤다.

“이번 금요일 속옷 촬영 있어요. 지난 번 보충하는 거니까 컨디션 관리 잘해요. 술 먹지 말고.”

“예. 사장님. 몇 시부터 시작하나요?”

“9시부터 시작하니까 8시 반까진 와 야해요. 집에서 거울보고 표정연습도 좀 하세요.”

“알겠습니다. 금요일 날 뵙겠습니다.”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입꼬 버꼬를 뛰어 나왔다. 

공터 끝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려는데 크락숀 소리가 요란하게 울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미애의 차가 비상등을 깜박이고 있었다.

나는 단숨에 달려가 조수석에 올랐다. 

“촬영 잘했어?”
“아픈데 나았어?”

우리는 동시에 물었다.

“항상 하는 건데 뭐. 아! 사장이 잔소리가 심해서 미치겠어. 사람을 완전 무시해.“
“아직은 아파. 시간이 약이겠지.”

우리는 동시에 대답했다. 나는 또 할말이 있었지만 꾹 참았다.

미애의 말과 겹치지 않기 위해서. 근데 미애도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더니 

말이 없었다. 서로 상대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는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차가 출발했다.

“금요일 속옷 촬영 한 대지?”

“여보야도 연락 받았어? 여보야하고 같이 하니까 금요일이 기다려진다.”

“나두. 자기하고 같이 일한다는 생각에 금요일이 기다려져.”

우리는 앞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미애의 차는 나의 아지트로 향했다. 한 번도 급정거를 하지 않고 신호 잘 지키며 달려왔다.

“오늘은 정신이 온전하네. 운전 잘하네.”

내가 지희를 칭찬해 주었다.

“운전 실력은 자랑도 칭찬도 하는 게 아니야. 잘 하는 게 정상이거든.”

주차장도 없고 공터도 없어 골목에 차를 세워 놓았다. 집에 들어오니 별천지다. 

모든 게 정리 정돈되어 있었고 커튼도 핑크색으로 바뀌었고 좁은 방을 2인용 침대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 여기 우리 집 맞아?”

“흐~ 여기 우리 집 맞아. 빨리 들어 가.”

미애가 내 등을 떠밀었다. 침대에 털썩 앉았다. 쿠션이 좋다.

“여보야. 집 살 돈 이렇게 써버리면 어떻게.”

“해주고 싶었어. 사주고 싶었어. 마음이 시켰어.”

나는 미애를 끌어안고 뽀뽀세례를 퍼부었다. 

한참이 지나고 미애가 부엌으로 나가더니 밥상을 차려 왔다.

시장도 보고 요리도 한 흔적이 보였다.

“와. 진수성찬이네. 고맙다. 잘 먹을게.”

미애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금요일 아침 예고도 없이 미애의 차가 집 앞에서 부르릉대고 있었다. 

미애가 나 태워주려고 일부러 온 것이었다.

“고마워. 일부러 이렇게 애 쓰지 마. 버스타고 가면 되는데.”

“해 주고 싶어. 마음이 시켜.”

우리는 마주보고 웃었다. 차가 서서히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 날의 촬영도 월요일과 다를 바가 없었다. 미애와 내가 속옷을 입고 때로는 홀로,

때로는 세트로 카메라 앞에서 폼 잡는 일이었다. 지휘는 지희가 했고 

아티스트와 작가는 전에 그 사람들이었다. 아는 안면에 화기애매하게 작업은 진행되었다.

지희의 칼바람이 가끔 불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점심시간 김밥과 어묵이 배달되었다. 

우리는 식탁에 들러 앉아 두 줄씩의 김밥과 한 그릇의 어묵을 나누어 먹었다.

김밥을 부지런히 먹는데 내 옆에 착 달라붙어 낮아 김밥 먹던 미애가 어묵 한 개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손도 대지 않고 입만 벌리고 받아먹었다. 작가가 우리를 보며 씩 웃었다. 아티스트가 묘한 웃음을 흘렸다.

“너희 둘이 사귀니?”

“예.”

지희가 물었고 내가 대답했다.

미애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지희의 얼굴도 파래졌다.

“미애는 밥 먹고 집에 가. 오늘 촬영 끝났어. 앞으로도 부를 일 없으니까 다른데 알아 봐.”

갑작스런 지희의 말에 나는 당황했다. 미애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사장님 왜 그러세요. 아직 저기 옷 많이 남았는데. 제가 무얼 잘 못 했나요?”

미애의 물음에 지희가 앙칼지게 쏘아 붙였다.

“여기는 직장이야. 일터란 말이야. 너희 둘이 같은 차타고 놀러 온 거니? 연애질은 느그 집구석에서 하란 말이야. 직장 분위기 흐리지 말고.”

미애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고개가 숙여졌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죄송한 줄 알면 됐어. 먹던 거 먹고 가. 민호 입에 넣지 말고.”

“사장님. 용서해 주세요. 잘 못 했어요.”

미애는 바닥에 무릎을 대고 손바닥을 마주 비볐다. 지희를 향해.

“정아. 미애 페이 계산해서 보내.”

그리고는 밖으로 휑하니 나가 버렸다. 디자이너 정이 봉투를 들고 왔다.

미애는 디자이너 정에게 언니! 언니! 하며 통사정을 했다.

“나까지 날벼락 맞게 하고 싶니? 사장님 성질 알잖아. 다른 사람은 다치지 말자. 제발.”

디자이너 정의 말에 미애는 눈물을 줄줄 쏟으며 봉투를 받아 뛰쳐 나갔다.

미애가 쫓겨 가고 지희가 왔다. 오후 촬영이 시작 되었다.

‘모든 게 제 잘못입니다. 저에게 책임을 물으십시오.’ 

‘저도 그만 두겠습니다. 좋은 사람 구해서 잘 해 보십시오.’

두 마디를 꼭해야 하는데 하지 못했다. 미애와 함께 뛰쳐나와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

오후 내내 지희에게 표정관리 안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나는 시키는 데로 움직이며

시간을 채워야했다. 촬영이 끝나고 공터 끝까지 나왔지만 크락숀은 울지 않았다.

혹시나 했지만 미애의 차는 가버리고 없었다. 전화를 걸었다. 

버스 정류장까지 왔지만 미애는 받지 않았다. 

재발신 했다. 내가 탈 버스가 올 때까지 미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통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나를 몹시 불안하게 만들었다. 기분 나빠서 갔는데 

통화가 되지 않으니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지희가 원망되기 시작했다.

남자와 여자가 사귀는 것이 당연하거늘, 사귀면 표시도 나는 것이거늘. 

사귄다고 한 사람을 해고 한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었다.

기분 나빠도 나쁘다고 대들지 못하는 나의 가난이 원망스러웠다.

미애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지희를 가만 두지 않으리라 이를 갈았지만,

복수할 뚜렷한 방법은 없었다.

집에 오니 미애가 내 방에서 잠들어 있었다. 코를 드르렁 골며 큰 대자로 누워 자고 있었다.

자기가 나에게 사 준 그 침대에서 혼자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 <br style="box-sizing: border-box; color: rgb(85, 85, 85); font-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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